왜 디지털노마드에게 에사우이라인가 – 북아프리카에서 집중할 수 있는 유일한 도시
모로코는 다양한 색과 향이 가득한 나라다. 하지만 마라케시나 페스 같은 대도시는 관광객이 너무 많고, 소음과 상업화가 삶을 방해하는 경우가 많다. 그에 비해 에사우이라는 예외적인 도시다. 아틀란틱 오션과 맞닿아 있는 이 도시는 항상 바람이 부는 도시로도 유명하며, 역사적 건축과 예술가 마을의 느낌이 공존한다. 나는 번잡함 없이 조용하게 일할 수 있으면서도, 낯선 문화에서 영감을 받고 싶었고, 에사우이라는 그 조건에 완벽하게 부합했다. 이곳은 작지만 알차고, 단조롭지만 지루하지 않은 도시였다. 관광지와 거주지의 균형, 이국적인 색감, 현지인들의 따뜻한 미소까지. 디지털노마드로서 오래 머물고 싶은 감정을 준 도시는 에사우이라가 처음이었다.
디지털노마드 한 달 거주 비용 – 지중해 뷰가 있는 도시치고 놀라운 가성비
에사우이라에서의 한 달 지출은 약 65~75만 원 수준이었다. 숙소는 메디나(구시가지)에서 조금 떨어진 주거지역에서 1베드룸 아파트를 월세 약 35만 원에 계약했다. 대부분의 집에는 와이파이와 간단한 주방이 갖춰져 있고, 옥상 테라스를 사용할 수 있는 경우도 많다. 식비는 매우 저렴하다. 로컬 식당에서는 타진이나 쿠스쿠스 한 접시에 2,000~3,000원 수준이고, 해산물 시장에서는 직접 생선을 사서 구워먹는 것도 가능했다. 카페 커피는 평균 1,000~1,500원. 교통은 거의 걷거나, 택시를 타도 기본요금 1,000원 내외로 매우 저렴했다. 에사우이라는 해안 도시지만 물가가 ‘관광지 프리미엄’을 거의 타지 않는 점에서, 장기 거주에 매우 적합한 도시였다.
인터넷과 작업 환경 – 생각보다 훨씬 괜찮은 디지털노마드 인프라
아프리카 도시라고 해서 인터넷을 걱정한다면, 에사우이라에서 그건 기우에 가깝다. 내가 머물렀던 숙소에서는 다운로드 평균 7090Mbps, 업로드 3040Mbps 수준의 안정적인 인터넷이 제공되었고, 화상회의, 유튜브 업로드, 원격 협업 모두 문제없이 가능했다. 도시 곳곳에는 노트북 작업이 가능한 카페도 많았다. 특히 ‘Mandala Society’, ‘Pasta Baladin’, ‘Miyame Café’ 같은 공간은 창의적인 작업자들이 자주 찾는 조용한 공간으로, 카페 내 와이파이 품질과 좌석 구성도 디지털노마드에 딱 맞는 구조였다. 코워킹스페이스는 ‘CoworkIn Essaouira’ 같은 공간이 대표적이며, 하루 단위나 월 단위로 이용 가능하고, 유럽에서 온 창작자·프리랜서들과 교류하기에 적합하다. 예술과 집중이 공존하는 분위기가 강한 도시였다.
에사우이라에서 디지털노마드로 살아본 일상 – ‘바람’, ‘빛’, ‘여백’이 있는 하루
에사우이라의 하루는 바람과 함께 시작된다. 아침에 숙소 옥상에서 마시는 커피 한 잔은 바닷바람 덕분에 어느 도시보다 상쾌했고, 낮에는 조용한 골목을 따라 걷거나, 아티스트 마켓을 구경하며 아이디어를 정리했다. 오후에는 카페에 앉아 깊은 집중의 시간, 저녁엔 어시장 인근에서 신선한 해산물 요리를 즐기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이곳의 사람들은 여유롭고 외국인에게 매우 친절하며, 프랑스어와 영어 사용률도 높아 소통이 어렵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 도시에는 ‘급할 필요가 없다’는 공기가 흐른다. 급하지 않아도 하루는 충분했고, 집중하지 않아도 영감이 찾아왔다. 생산성과 창조성이 절묘하게 균형을 이루는 도시, 에사우이라는 디지털노마드에게 그런 공간이었다.
'디지털 노마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르메니아 예레반 디지털노마드 후기 – 동유럽과 서아시아 사이, 조용한 몰입 도시 (0) | 2025.07.06 |
---|---|
불가리아 플로브디프 디지털노마드 후기 – 유럽에서 가장 저렴하고 조용한 도시 (0) | 2025.07.06 |
베트남 후에 디지털노마드 후기 – 조용함과 집중이 가능한 고도에서 한 달 살기 (1) | 2025.07.02 |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디지털노마드 후기 – 중앙아시아의 진짜 가성비 도시 (0) | 2025.07.02 |
알바니아 티라나 디지털노마드 한 달 체류기 – 유럽인데 물가가 동남아급? (0) | 2025.07.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