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메니아 예레반 디지털노마드 후기 – 동유럽과 서아시아 사이, 조용한 몰입 도시

왜 예레반인가 – 조지아가 디지털노마드로 붐비기 시작할 때 생긴 대안 도시

조지아(특히 트빌리시)는 최근 디지털노마드들 사이에서 너무 유명해져버렸다. 그 결과 물가가 오르고, 커뮤니티가 붐비며 ‘한적함’을 잃어버린 상태다. 그때 눈에 들어온 도시가 바로 **아르메니아의 수도 예레반(Yerevan)**이었다.
예레반은 조지아와 국경을 맞댄 도시이면서도 훨씬 조용하고 덜 알려진 도시이고, **비자 없이 180일까지 체류 가능(한국 국적 기준)**하다는 큰 장점도 있다.
나는 ‘사람 많은 곳을 피해 몰입 가능한 환경’을 찾고 있었고, 예레반은 그 조건에 딱 맞았다.
도시의 첫 인상은 핑크빛 석조 건물,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흐르는 거리, 그리고 여유롭게 걷는 현지인들이었다.
그 모든 분위기가 나에게 '여긴 일도, 삶도 같이 하기 좋은 곳이야'라고 속삭이는 것 같았다.

 

디지털노마드 한 달 살기 비용 – 트빌리시보다 저렴하면서도 넉넉한 생활

내가 예레반에서 보낸 한 달의 생활비는 60~70만 원 수준이었다.
숙소는 시내 중심에 위치한 원룸 아파트로 월세 31만 원, 수도·전기·인터넷 포함 약 33만 원으로 충분했다.
구글맵 기준 ‘Republic Square’ 근처이면서도 소음 없이 조용했고, 주방과 세탁기, 에어컨, 난방까지 모두 갖춰져 있었다.
식비는 현지 로컬 식당 기준 1끼 1,300~2,200원, 와인이나 커피까지 포함해도 3,500원을 넘기기 힘들었다.
슈퍼마켓과 야채시장에선 치즈, 빵, 과일, 채소 등 모든 식재료가 저렴하고 품질이 우수했으며,
이 지역 특산물인 ‘석류’와 ‘말린 과일’은 자연 간식으로도 훌륭했다.
전체적으로 유럽 도시에서 이 정도 물가와 품질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곳은 거의 없다고 느꼈다.

 

인터넷 품질과 작업 인프라 – 생각보다 탄탄한 디지털노마드 인프라

예레반은 디지털 인프라가 꽤 잘 되어 있다. 디지털노마드에게는 나쁘지 않은 환경이다.
내가 거주한 아파트의 와이파이는 다운로드 90~100Mbps, 업로드 40Mbps 수준이었고,
줌 회의, 유튜브 스트리밍, 클라우드 협업까지 전혀 무리 없었다.
카페 문화도 발달해 있어서 노트북을 펼칠 수 있는 조용한 카페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특히 ‘The Green Bean’, ‘Avenue Cafe’, ‘Loft Yerevan’ 같은 곳은
콘센트, 빠른 와이파이, 조용한 분위기, 장시간 작업에도 부담 없는 구조로 디지털노마드에게 최적화된 장소였다.
또한 ‘Impact Hub Yerevan’과 같은 코워킹 스페이스는
프리랜서, 스타트업, NGO 등이 함께 사용하는 공간으로, 네트워킹과 커뮤니티도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예레반에서의 일상 – 유럽도, 아시아도 아닌, 그 중간의 감성을 가진 디지털노마드 라이프

예레반의 매력은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않은 그 ‘중간성’이다. 유럽인듯 중동인듯 그 어느곳도 다 담아 놓은 분위기이다.
도시는 유럽의 고전미를 갖고 있으면서도, 중동 특유의 느린 템포와 소박한 따뜻함이 느껴진다.
아침엔 빵집에서 따뜻한 라바쉬를 사서 커피와 함께 시작하고,
오후에는 테라스가 있는 카페에 앉아 집중해서 일하다가,
저녁엔 공원 산책이나 클래식 음악 공연 같은 잔잔한 문화 활동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루틴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사람들은 친절하고 외국인에게 관대하며, 영어 소통도 젊은층에서는 꽤 원활하다.
‘정해진 리듬에 나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내 리듬에 맞춰주는 도시라는 느낌이 예레반의 진짜 매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