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랏을 디지털노마드 거점으로 선택한 이유 – 더운 베트남 속에서 ‘선선함’을 찾다
베트남을 디지털노마드 거점으로 고려할 때 보통 하노이, 다낭, 호찌민이 먼저 떠오른다. 그러나 이 세 도시의 공통점은 덥고 습하며 복잡하다는 점이다. 나는 이와 정반대되는 도시, 즉 시원하고 조용하며 사람보다 숲이 많은 곳을 찾았고, 그 끝에서 달랏(Da Lat)을 발견했다. 해발 약 1,500m 고지대에 위치한 이 도시는 일 년 내내 평균 기온이 18~22도 수준으로, 에어컨 없이도 지낼 수 있는 매우 쾌적한 날씨를 자랑한다. 도시 전체는 유럽풍 건축물과 소나무 숲, 호수, 고요한 사원들로 둘러싸여 있어, 마치 베트남 속 작은 스위스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처음 도착했을 때, 시끄럽고 혼잡한 도시에서 벗어나 조용한 자연 속에서 일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디지털노마드 한 달 경비 – 자연 속에서 사는데 이 가격이라고?
달랏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저렴한 물가에도 불구하고 높은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내가 달랏에서 한 달 동안 사용한 비용은 총 약 60~75만 원 수준이었다. 숙소는 시내 중심에서 도보 5분 거리의 로컬 아파트를 월세 32만 원에 계약했고, 주방과 와이파이, 온수 샤워, 가구가 모두 갖춰져 있었다. 식비는 정말로 저렴했다. 길거리 분짜, 반미, 쌀국수 같은 기본 음식들은 1,000원~ 2,000원 사이였고,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은 800원~1,600원 선이었다. 달랏은 베트남 커피 생산지 중 하나여서, 저렴하면서도 품질 좋은 커피를 매일 즐길 수 있었다. 교통비 역시 오토바이를 하루 1,000~2,200원 수준으로 렌트해서 다녔고, 휘발유 비용은 한 달 5,000원도 채 들지 않았다. 말 그대로 적은 돈으로도, 여유롭고 건강한 삶을 즐길 수 있는 도시였다.
디지털노마드 인프라 – 고원도시라고 무시하면 오산
고원 지역이라 인터넷이 느릴 거라고 생각했다면, 그건 큰 오산이다. 달랏의 인터넷 속도는 다운로드 평균 80,100Mbps, 업로드 4,060Mbps로 매우 안정적이었다. 내가 지낸 아파트에서는 화상 회의, 클라우드 작업, FTP 업로드까지 모두 무리 없이 처리할 수 있었고, 핫스팟도 안정적으로 작동했다. 작업 공간으로는 카페가 최고였다. 특히 ‘La Viet Coffee’와 ‘An Cafe’는 넓은 좌석, 조용한 음악, 빠른 와이파이, 콘센트까지 모두 갖춘 완벽한 워크카페였다. 현지 코워킹스페이스는 아직 많지는 않지만, ‘The Married Beans’ 같은 곳에서는 하루 단위로 워크스테이션 이용도 가능했다. 달랏은 ‘디지털노마드 도시’라는 이름을 대놓고 걸진 않았지만, 실제 환경은 그 어떤 유명 도시보다 더 조용하고 효율적이었다.
달랏에서의 디지털노마드 일상 – 자연, 사람, 일의 균형을 처음 느끼다
달랏에서의 삶은 그 어떤 도시보다 ‘균형’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렸다. 이곳의 하루는 새벽 안개와 함께 시작된다. 오전에는 호수 근처를 산책하며 생각을 정리하고, 점심 이후에는 카페에 앉아 깊이 있는 작업에 몰입했다. 도시가 작고 조용하다 보니 외부 자극이 적고, 자연스레 하루의 리듬이 차분해졌다. 주말이면 근교 폭포, 농장, 산책로를 찾았고, 밤에는 로컬 마켓을 구경하거나 방에서 조용히 책을 읽었다. 영어는 잘 통하지 않지만, 현지인들은 정 많고 친절했고, 베트남어 몇 마디만 외워도 소통이 훨씬 수월해졌다. 달랏은 ‘생산성과 치유’를 동시에 가능하게 해주는 도시였다. 디지털노마드로서 이 정도 균형 잡힌 도시를 다시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베트남엔 호치민, 하노이만 있는게 아니었다. 달라도 너무 다른 달랏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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