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가를 선택한 이유 – 스페인 속 ‘제2의 바르셀로나’
스페인에서 디지털노마드 도시를 떠올리면 대부분 바르셀로나나 마드리드를 먼저 이야기한다. 하지만 나는 복잡함과 높은 물가를 피하면서도 유럽 남부 특유의 따뜻한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도시, 말라가를 선택했다. 말라가는 안달루시아 지방의 대표 도시로, 1년 내내 온화한 기후, 아름다운 해변, 역사적인 건축물, 그리고 세련된 문화 인프라를 동시에 갖춘 도시다. 특히 피카소의 고향이라는 점에서 예술적인 감성도 함께 느껴졌고, 영어 사용이 가능한 환경도 넓게 퍼져 있었다. 처음 도착했을 때, 도시 전체가 ‘이곳은 바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디지털노마드로서 여유와 생산성을 동시에 추구하고 싶다면 말라가는 최고의 선택지 중 하나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한 달 살기 비용 – 스페인인데도 의외로 부담 없는 물가
말라가는 유럽 도시치고 꽤 합리적인 물가를 자랑한다. 내가 한 달 동안 지낸 비용은 약 115~120만 원 수준이었는데, 이는 바르셀로나보다 약 20~30% 정도 낮은 수치였다. 숙소는 에어비앤비가 아닌 현지 장기렌트 플랫폼을 이용해, 중심가에서 트램으로 10분 거리의 원룸 아파트를 월세 61만 원에 계약했다. 아파트 내부는 깨끗하고, 주방, 세탁기, 와이파이, 난방까지 모두 완비되어 있었다. 식사는 현지 마켓과 슈퍼마켓을 병행했고, 하루 평균 식비는 약 1만 원 수준이었다. 특히 말라가는 해산물과 와인, 올리브 오일이 저렴하고 품질이 뛰어나서, 적은 비용으로도 풍성한 식탁을 꾸릴 수 있었다. 카페 커피는 1.5유로, 외식은 810유로면 충분했다. 교통비도 월 정기권 기준 약 3만4000원으로, 마드리드보다 훨씬 저렴했다.
디지털노마드 인프라 – 코워킹, 와이파이, 카페 모두 ‘합격’
말라가는 스페인에서도 디지털노마드를 위한 인프라가 가장 빠르게 발전한 도시 중 하나다. 내가 머문 아파트는 다운로드 120Mbps, 업로드 90Mbps 수준의 고속 와이파이가 설치돼 있었고, 대용량 파일 전송이나 실시간 스트리밍에도 전혀 문제가 없었다. 카페 작업 환경도 우수했다. 특히 ‘Café de Estraperlo’, ‘Recyclo Bike Café’, ‘Santa Coffee Club’ 등은 노트북 사용자들을 위한 좌석과 콘센트, 무료 와이파이, 조용한 음악까지 완비되어 있었다. 코워킹 스페이스도 다수 존재하며, ‘The Living Room’, ‘Innovation Campus’ 등은 월 15만 원 내외의 요금으로 이용할 수 있고, 커뮤니티 이벤트나 네트워킹 세션도 정기적으로 열린다. 디지털노마드로서 말라가에서 일하는 데 불편함은 전혀 없었고, 오히려 삶의 질까지 높아지는 느낌이었다.
말라가에서의 일상 – 바다, 일, 와인이 어우러진 삶
말라가에서의 하루는 ‘바다를 보며 일하고, 일하면서 여유를 느끼는’ 삶이었다. 오전엔 숙소 근처 해변을 산책하며 하루를 시작했고, 작업은 주로 트렌디한 카페에서 3~4시간 집중한 뒤, 오후에는 해변 근처 야외 테라스에서 와인을 한 잔 마시며 책을 읽는 일상이 반복되었다. 주말엔 피카소 미술관을 비롯한 다양한 갤러리를 방문하거나, 인근 소도시인 론다, 네르하로 당일치기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도시의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조용하고 편안했고, 스페인어를 몰라도 대부분의 레스토랑, 상점에서 영어로 소통이 가능했다. 말라가는 단순히 예쁜 바닷가 도시가 아니라, 디지털노마드에게 ‘삶의 밀도’를 다시 느끼게 해주는 도시였다. 여유로우면서도 집중 가능한 이 도시는, 진심으로 장기 체류를 고려할 만큼 매력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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